전세·대출이 낀 부동산을 물려줄 때 —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안 되는 이유: 신고 전 확인사항

전세를 놓은 아파트 한 채를 자녀에게 증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보유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9.2억 원을 기준으로 증여재산가액을 신고했습니다. 아파트에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11억 원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아래에서는 신고 전 확인할 기준과 감정평가 실무 포인트를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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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례에서 시작합니다

전세를 놓은 아파트 한 채를 자녀에게 증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보유자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9.2억 원을 기준으로 증여재산가액을 신고했습니다. 아파트에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11억 원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문제는 신고 방식이었습니다. "공시가격이 곧 신고가액"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담보권이나 임대차가 설정된 재산에는 별도의 평가 규정이 먼저 적용됩니다. 이 사례에서 담보채권액에 해당하는 전세보증금(11억 원)이 공시가격(9.2억 원)보다 컸고, 결과적으로 신고가액은 공시가격 수준에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감정평가의 시사점 — 담보·전세가 낀 재산에는 '하한선'이 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6조는 '저당권 등이 설정된 재산의 평가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저당권·근저당권·전세권·질권·양도담보 등이 설정되어 있거나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재산은, 아래 둘 중 더 큰 금액으로 평가합니다.

  • 시가(감정가액 등) 또는 보충적 평가액(공시가격 등)
  • 그 재산이 담보하는 채권액 — 근저당 채권최고액, 전세권·임대차의 보증금 등

즉 담보채권액이 일종의 바닥(하한선)으로 작동합니다. 임대차가 있으면 임대보증금이 담보채권액에 포함되고, 하나의 채권이 여러 부동산을 담보하면 각 재산의 평가액 비율로 안분합니다(상증령 제63조). 앞의 사례에서 전세보증금 11억 원이 공시가격 9.2억 원보다 컸던 이유로, "공시가격으로 낮게 신고"라는 설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여기에 한 층이 더 있습니다. 실제 인근 시세와 감정 기준으로 본 이 아파트의 시가는 13.5억 원대였습니다. 공시가격으로 신고했다면, 국세청의 사후 감정평가로 재산정될 여지까지 남습니다.

리스크 — '낮게 신고'가 만드는 세 갈래 불확실성

이 구조에서 준비 없이 공시가격만으로 신고하면 위험이 겹칩니다.

첫째, 평가특례로 담보채권액(전세보증금·근저당 채권액)이 최소 평가액이 되어, 애초에 의도한 낮은 신고가액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둘째, 담보채권액마저 실제 시세보다 낮은 경우, 국세청이 사후 감정평가로 시가를 다시 매길 수 있습니다. 최근 국세청의 감정평가 대상은 꼬마빌딩을 넘어 단독주택·고가아파트·법인 보유 부동산까지 확대되는 흐름입니다.
셋째, 이렇게 가액이 흔들리면 배우자·자녀 간 분할 설계나 후속 양도 시 취득가액까지 연쇄적으로 어긋납니다.

한 번 지나간 신고를 사후에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담보나 전세가 낀 재산일수록, '얼마로 신고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가 정당한 시가인가'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해결의 방향 — 넘기기 전, 사전 감정평가로 시가를 먼저 세웁니다

담보·임대차가 설정된 부동산은 특히 사전 감정평가의 실익이 큽니다.

  • 정확한 시가 확보: 감정평가액은 상증법 제60조의 시가로 인정되므로, 담보채권액이라는 하한과 실제 시가 사이의 간극을 미리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예측가능성: 국세청의 사후 감정으로 재산정될 불확실성을 줄이고, 신고 시점에 근거 있는 가액을 확정합니다.
  • 시점 관리: 감정가액이 시가로 인정되려면 평가기간(상속 전후 6개월 / 증여 전 6개월·후 3개월) 안의 평가여야 합니다. 담보·전세 상황이 바뀌기 전, 시점을 맞춰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참고로 최근 대법원(2026. 4. 2. 선고 2025두35499)은 과세관청의 사후 감정에 대해, 기준일부터 감정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을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뒤집어 보면, 납세자가 평가기간 안에 세워둔 정당한 감정가액은 그만큼 방어력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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