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신청제도(상증령 제49조의2)와, 생각보다 촉박한 신청기한 아래에서는 신고 전 확인할 기준과 감정평가 실무 포인트를 정리합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여러 차례 말씀드린 이야기는 대부분 '국세청이 사후에 감정평가로 시가를 다시 매길 수 있다'는 방어적인 관점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반대편, 즉 납세자가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제도를 짚어보려 합니다.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실무에서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장치입니다.
사례 — 유사매매사례가 없는 부동산의 딜레마
서울에 단독주택 한 채를 상속받은 A씨의 사례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아파트와 달리 이 주택은 인근에 비교할 만한 '유사매매사례가액'이 없었습니다. 결국 A씨는 개별주택 공시가격(기준시가) 8억 4천만원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신고했습니다.
문제는 기준시가가 통상 시세의 60~70% 수준에 머문다는 점입니다. 이런 부동산은 국세청 사후 감정평가의 우선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국세청 발표에서 신고가액 2조2,252억원이 감정평가를 통해 4조689억원으로 재산정되며 약 83%가 늘어난 사례가 확인됩니다(인터넷신문 intn.co.kr 보도). A씨 역시 신고가 8억 4천만원이 사후 감정으로 12억원대까지 오를 수 있는 위험을 안게 됩니다.
감정평가의 시사점 — '누가 먼저 시가를 정하느냐'
여기서 중요한 전환점이 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의2는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는 국세청만 활용하는 창구가 아닙니다. 납세자도 스스로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해 달라고 이 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즉, 유사매매사례가 없어 기준시가로 신고할 수밖에 없는 부동산이라도, 납세자가 미리 감정평가를 받아 그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받도록 신청하면, 국세청이 뒤늦게 감정평가로 시가를 뒤집을 여지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국세청이 칠 때까지 기다리는 자리'에서 '내가 먼저 기준을 세우는 자리'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리스크 환기 — 문제는 '기한'입니다
다만 이 제도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신청기한이 매우 촉박하다는 점입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평가기간 내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받기 위한 심의 신청은
· 상속세: 신고기한 만료 4개월 전까지
· 증여세: 신고기한 만료 70일 전까지 신청해야 합니다.
상속세 신고기한은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입니다. 여기서 4개월을 앞당기면, 실질적으로 상속개시 후 약 2개월 안에 감정평가를 마치고 신청까지 끝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증여세는 더 빠듯합니다. 장례와 재산 정리로 경황이 없는 시기에, 이 기한을 놓치면 '먼저 시가를 신청할'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해결책 — 사전 감정평가로 신청 준비를 앞당기는 것
그래서 저희가 강조드리는 것이 사전 감정평가입니다.
- 유사매매사례가 없는 단독주택·상가·토지 등은 상속·증여 사실이 정해지는 즉시 감정평가 일정을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 기준시가 10억원을 초과하는 부동산은 둘 이상의 감정기관 감정이 필요하므로, 시간 여유가 더욱 중요합니다.
- 사전 감정평가로 평가기간(상속 전후 6개월 / 증여 전 6개월·후 3개월) 안의 감정가액을 확보하고, 신청기한 안에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신청하면 시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대법원은 2026. 4. 2. 선고 2025두35499 판결에서 과세관청의 사후 감정이 적법하되,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과 그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다툼의 여지 자체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길은, 유효한 평가기간 안에 스스로 시가를 세워두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