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받은 대출용 감정, 상속·증여 '시가'가 되어 돌아옵니다

상속 신고 뒤 받은 담보 감정가액도 평가기간과 적정성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증여 재산의 시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출용 감정과 세무 신고 사이에서 확인할 기준을 정리합니다.

대표 감정평가사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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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상속인의 사례

아버지에게서 서울의 한 상가를 상속받은 A씨는 상속세를 기준시가 약 11억 원으로 신고했습니다. 상속 절차가 끝난 뒤, A씨는 사업자금이 필요해 그 상가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때 은행이 대출 심사를 위해 의뢰한 감정평가액은 약 17억 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담보 감정이 상속개시일로부터 약 2개월 뒤에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과세관청은 "대출을 위한 감정이라도 상속 재산의 객관적 가치를 평가한 것"이라며, 이 17억 원을 상속 당시의 시가로 보아 상속세를 다시 계산했습니다. A씨의 머릿속에서 '대출'과 '세금'은 전혀 다른 일이었지만, 세법의 눈에는 하나의 '시가'였습니다. 차액 약 6억 원이 과세표준으로 되살아난 것입니다.

감정평가의 시사점 — '목적'이 아니라 '시점'과 '적정성'이 기준입니다

많은 분들이 "대출용 감정은 세금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는 시가로 인정되는 감정가액을 특정 목적으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조세심판원도 여러 결정례에서, 근저당 설정을 위한 담보 목적의 감정가액이라 하더라도 금융기관이 감정평가기관에 정식으로 의뢰해 적정하게 평가한 것이라면 상속·증여의 시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조심2014서3158, 조심2022서5871 등).

핵심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 시점 — 그 감정이 평가기간(상속은 전후 6개월, 증여는 전 6개월·후 3개월) 안에 있는가.
· 적정성 —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치·이용상황·주변환경 등 객관적 가치 요인을 반영해 정상적으로 평가되었는가.

이 두 요건을 갖추면, 감정의 '이유'가 대출이든 세금이든 시가로서의 지위는 동일합니다.

놓치기 쉬운 리스크

상속·증여를 전후한 시기는 자금 수요가 몰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 사업자금, 담보 대환 등을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받은 은행 감정가액이 신고한 기준시가보다 높으면, 그 차액이 그대로 과세 대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미 신고를 마쳤다고 안심하기도 어렵습니다. 과세관청은 사후에도 평가기간 내 감정·매매 자료를 근거로 재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사후 감정가액을 시가로 쓰려면 '평가기간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보았고, 그 입증책임을 과세관청에 두었습니다(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두35499). 납세자에게 방어의 여지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다툼이 생긴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예측 가능성을 미리 확보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해결의 방향 — 넘기기 전에 '내 기준'을 세워두는 것

담보 감정가액이 뒤늦게 시가로 잡혀 흔들리는 상황의 공통점은, 재산의 시가를 '남이 정한 값'에 맡겨두었다는 데 있습니다. 반대로, 상속·증여 전후의 유효한 평가기간 안에 사전 감정평가로 시가를 먼저 세워두면 판단의 기준이 내 손에 남습니다.

  • 신고가액과 실제 시세의 간극을 미리 확인해, 예상치 못한 재계산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 대출용 감정과 세무 신고 사이의 시점·금액을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 다툼이 생기더라도 정식 감정서라는 객관적 근거를 먼저 확보하게 됩니다.

세액의 유불리와 구체적 신고 방식은 사안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세무대리인과 함께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저희는 그 판단의 토대가 되는 '시가'를 정확히 세우는 일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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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 사안의 세무·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실관계에 따른 판단은 세무대리인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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